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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공범이론: 정범·종범·교사·방조의 구별과 공동정범의 요건

by 모지랭이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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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이론: 정범·종범·교사·방조의 구별과 공동정범의 요건
공범이론: 정범·종범·교사·방조의 구별과 공동정범의 요건

I. 서론

형법상 범죄는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다수인이 공동으로 실행하거나, 직접 실행은 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범죄를 유발하거나 도운 경우도 존재한다. 이처럼 다수인이 하나의 범죄에 관여하는 경우를 ‘공범’이라 하며, 형법은 공범자들을 정범과 종범, 교사범, 방조범 등으로 구분하고, 이들에 대해 각기 다른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공동정범은 실제 범행을 분담하여 실행하거나, 암묵적 합의를 통해 역할을 나누는 등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문제되는 유형이다. 본 글에서는 공범이론의 기본 구조와 함께, 정범과 종범, 교사, 방조의 구별 기준을 살펴보고, 공동정범 성립 요건과 판례 쟁점을 중심으로 종합적 고찰을 시도하고자 한다.


II. 형법상 공범의 개념과 구조

1. 정범과 공범의 구별

형법 제30조 이하에서는 범죄를 행한 자를 ‘정범’으로, 그 범죄를 도운 자나 시킨 자는 ‘공범’으로 규정한다. 정범은 실행 행위를 직접 한 자이며, 공범은 정범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범죄 성립을 유도하거나 도움을 제공한 자로 파악된다.

구분설명
정범 범죄의 실행행위를 직접 한 자 (ex. 칼로 직접 찌른 자)
공동정범 2인 이상이 실행행위를 공동으로 분담 또는 협력하여 범한 자
교사범 타인에게 범죄를 하도록 직접 유도한 자
방조범 범죄 실행을 도와준 자로서, 간접적인 원조를 한 자
종범 형법상 개념은 교사범과 방조범을 포괄하며, 정범을 보조한 자 전체를 의미함
 

2. 형법상 관련 조문

  •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모두 정범으로 처벌한다.”
  • 제31조 (교사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한다.”
  • 제32조 (방조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 제33조 (신분관계): 신분이 필요한 범죄의 경우, 공범과 정범 간의 구별에 영향을 줌

III. 정범과 공범의 구별

1. 정범

정범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로, 고의와 위법성, 책임이 모두 갖추어진 상태에서 범죄 결과를 발생시킨 자이다.

  • 단독정범: 혼자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 자
  •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계획하고 실행한 경우 → 아래 IV항에서 별도 설명

2. 교사범 (형법 제31조)

(1) 개념

교사범은 타인을 교사하여 범죄를 실행하도록 유도한 자이다. 즉, 범죄를 실행하지는 않았으나, 타인의 실행결정을 이끌어 낸 경우를 말한다.

(2) 요건

① 정범의 실행의사 유발
② 구체적인 범죄 교사
③ 정범이 실제로 실행할 것
④ 고의 존재

  • 단순한 제안이나 아이디어 제공은 교사로 보기 어려우며, 실행을 유도하거나 강요한 정도의 유인성이 요구된다.

(3) 효과

  • 정범에 준하여 처벌
  • 정범이 예비·미수에 그치면 교사범도 그에 따라 처벌

(4) 판례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725:
“교사는 특정한 범죄를 일으키도록 유인하거나 종용하는 것으로, 단순한 조언은 해당하지 않는다.”


3. 방조범 (형법 제32조)

(1) 개념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거나 촉진한 자이다. 이는 정범이 범행을 실행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돕는 자로 이해된다.

(2) 요건

① 정범의 실행행위 존재
② 방조행위가 현실적으로 존재
③ 고의가 있어야 함
④ 인과관계까지는 요구되지 않음 (도움이 되었는지가 핵심)

(3) 형태

  • 물리적 방조: 차량 제공, 흉기 건네줌
  • 심리적 방조: 정범의 불안 해소, 정신적 격려

(4) 판례

대법원 1998. 3. 24. 선고 98도147:
“정범의 실행 전 단계에서 이뤄진 방조라도 실행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 방조로 볼 수 있다.”


4. 종범의 개념

  • 형법 제32조는 교사와 방조를 포함하여 ‘종범’이라 지칭함
  • 종범은 정범의 행위에 종속하여 처벌되며, 원칙적으로 정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음 (형법 제33조 단서)

IV. 공동정범 (형법 제30조)

1. 개념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구성요건 해당 행위를 실행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의사공동과 기능적 행위분담이 있을 경우에 인정된다.

2. 요건

(1) 2인 이상의 공동

  • 최소 2인이 존재해야 하며, 공범자 간의 공모가 필요

(2) 실행의 의사 공유(공모)

  • 범행 전 또는 실행 중 공모하여 공동 목적을 공유해야 함
  • 묵시적·암묵적 합의도 포함됨

(3) 기능적 행위분담

  • 단순히 옆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실행에 기여하는 분담이 있어야 한다
  • 역할은 다양하나, 결과 발생에 영향력 있는 분담이어야 함

(4) 공동의 고의

  • 실행행위와 결과를 인식하고 인용하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3. 공동정범과 정범의 구별 기준

(1) 주도성 또는 지휘 여부

→ 지시만 했을 뿐 실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면 공동정범이 아니라 교사범

(2) 실행행위 참여 여부

→ 실행 현장에 있었으나 아무런 분담이 없었다면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

(3) 역할의 질과 기능적 기여

→ 단순한 감시·망보기 등도 전체 실행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 공동정범 가능


4. 판례상 기준

대법원 1993.4.13. 선고 93도152 판결
“공모관계가 있는 경우, 일부가 실행행위를 담당하고 일부는 주변에서 역할을 분담해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2736 판결
“공동정범의 성립은 행위자 사이에 의사공동이 있고 기능적으로 행위를 분담했는지가 기준이다.”


5. 공동정범의 특수 문제

(1) 공모자의 일부 이탈

  • 공모 후 실행에 가담하지 않거나, 중간에 빠진 경우 → 실행행위에 대한 기여 여부에 따라 공동정범 성립 여부 판단

(2) 실행의 예기치 못한 확장 (초과행위)

  • 공모한 범위를 넘어 정범이 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 공동정범이 예상할 수 있었는지가 기준

(3) 행위의 상호 대체성

  • 역할이 달라도 결과 발생에 대한 기여의 실질성이 판단 기준

V. 신분범과 공범

형법 제33조는 신분관계가 공범 성립에 미치는 영향을 규율한다.

구분효과
신분이 범죄 성립의 요소인 경우 신분 없는 자는 정범이 아닌 공범으로만 처벌 가능 (예: 직권남용)
신분이 가중 또는 감경 사유인 경우 신분 없는 자도 정범으로 처벌 가능하되, 가중·감경은 적용되지 않음
 

대법원 2005.12.23. 선고 2005도7131 판결:
“공무원이 아닌 자가 직권남용죄에 공모한 경우, 공범으로는 성립하지만 정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VI. 결론

공범이론은 형법상 범죄의 다수 행위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정범, 교사, 방조, 공동정범은 실행행위의 분담 여부와 의사의 공유, 고의의 유무, 기능적 기여도에 따라 구별된다.

공동정범은 정범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의사공동과 실행의 역할분담이라는 두 축으로 이해된다. 반면, 교사와 방조는 정범의 실행에 대한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별도로 평가되며, 실행 행위 자체는 하지 않으므로 정범과는 처벌 범위 및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공범이론의 정교한 적용은 형사법에서 책임의 공정한 분배를 가능케 하며, 형사정의 실현의 핵심 기준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범죄조직, 디지털범죄, 범죄단체 구성원 등에 대한 책임귀속 문제가 공범이론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그 이론적·실무적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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