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용역의 보험급여성
i ) 문제의 제기
현금과 현물 이외에 용역도 보험급여가 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지고 있음은 전술한 바 있다. 이것은 미리 대가를 지급받고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면 일정한 용역을 제공하는 용역제공계약이 보험인지의 문제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대판 2014.5.29. 2013
도10457은 의료용역이 보험급여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아니지만, 물건의 판매자(또는 제조자)가 물건의 하자에 대해 수리 등의 용역을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유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추가워런티 또는 추가보증(extended waranty)이 보험인지 여부도 최근에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래에서 영국과 미국의 관련 판례, 학설을 살펴본다. 영국은 용역도 보험급여가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례와 학설의 입장이고, 미국은 좀 더 다양한 입장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ii ) 영국법
용역이 보험급여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판례는 긍정한다. 통설도 용역의 보험급여성을 긍정한다.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 v. St. Christopher Motorists Association Ltd에서, 가입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 자격을 상실한 경우 상대방이 대
리운전 용역을 제공하는 약정이 체결됐는데, 대리운전 용역은 보험급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영국의 FCA는 보험계약의 개념에 대한 규제지침을 두고 있다. 즉 FCA의 법령집에 포함되어 있는 규제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규제실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에 따르면 용역도 보험급여가 될 수 있는데,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고 향후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면 일정한 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약정은 보험이다(PERG ar. 6.7.20). 다만 제공된 용역에 비례해서 요금이 부과되는 것이라면 보험이 아니다(PERG art, 6.7.21). 우연한 사고의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용역을 제공하는 약정은 보험이 아니다(PERG art. 6.6.4). 둘째,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고 우연한 사건(피소 등)이 발생하면 변호용역을 제공하기로 한 약정은 보험이다 (PERG art. 6.7.20). 하지만 실제로 제공되는 변호용역에 비례해서 요금이 부과되는 것이면 보험계약이 아니다(PERG art. 6.7.21). 셋째, 용역의 제공자가 그 제공 여부에 대해서 완전한 재량을 갖는 것이라면 보험이 아니다(PERG art. 6.6.1). 넷째, 보험의 요소가 존재하면, 보험 요소가 전체 용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것이 제공자의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지 여부를 묻지 않고 보험으로 인정한다(PERG art. 6.6.7.).
iii ) 미국법
① 손해보상성 기준
이 기준은 용역제공의 목적이 손해보상인지 여부에 따라 보험성을 판단한다. 이에 의하면, 용역제공계약의 당사자가 직접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는 손해보상이 아니고 단순히 용역제공일 뿐이므로 보험이 아니다. 반면,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를 통해서 용역이 제공되는 약정을 하면 이것은 손해보상이고, 따라서 보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지지하는 판례는 소수이다. 오히려 State Ex Rel. AtomeyGeneral Bt Al. V. Smith Funeral Service, Inc.은 계약의 당사자가 장례용역을 직접 제공한 사건인데, 테네시 주 대법원은 보험으로 인정했다. Physicians' Defense Company V. O'Brien은 의사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의료과실과 관련하여 변호용역을 제공하는 계약에 관한 사건이다. 이것은 변호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당사자가 변호사를 고용하여 다른 당사자에게 변호용역을 제공한다. 미네소타 주 대법원은 변호용역의 제공은 해당 의사가 부담할 변호비용을 보상해 주는 것과 실질이 같으므로 보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계약의 당사자가 변호용역을 직접 제공하는 경우는 보험이 아니라고 한 판결로는 Vredenburgh v. Physicians Defense Company 가 있다. 이 사건에서 일리노이 주 항소법원은 변호용역의 제공은 변호사 수입계약에 불과하고 보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리고, 의료용역의 손해보상성을 부정한 판례로 Jordan V. Group Health Association49)과 California Physicians Service v. Garrisonso)이 언급되지만, 이것은 사고의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용역을 제공하는 사안이어서 손해보상성을 부정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② 통제범위 기준
이것은 부보대상인 사고가 용역제공자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위험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성을 판단한다. 이에 의하면, 물건의 판매자(또는 제조자)가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스스로 수리용역을 제공할 것을 약정하면, 하자의 위험이 판매자의 통제
범위 내이기 때문에, 이것은 보험이 아니라고 본다. 한편 물건의 하자 이외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판매자가 수리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사고위험은 판매자의 통제범위 밖이기 때문에 보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만약 판매자가 아닌 용역제공자가 물
건에 하자가 생길 때 용역제공을 하는 약정을 하면, 이러한 하자위험은 용역제공자의 통제범위 밖이기 때문에, 이것은 보험이라고 본다. 이 기준을 지지하는 판례는 많다. State ex rel. Duffy v. Westem Auto Supply Co.에서, 타이어의 판매자가 타이어의 바람 빠짐. 찢김, 흠 등에 대해 수리 또는 교체해 주겠다는 약정은 바람 빠짐 등이 판매자의 통제범위 밖의 위험이기 때문에 보험에 해당한다고 오하이오 주 대법원이 판시했다.
③ 주된 목적 기준
이것은 용역제공계약의 주된 목적(purpose)이 보험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성을 판단한다. 이에 의하면, 용역제공계약에 보험의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수준에 머문다면, 보험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Transportation Guarantee Company, Ltd. (A Corporation) v. Jellins는 화물자동차의 관리계약(motor truck maintenance contract)에 관한 사건이다. 자동차 보유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 받고 자동차가 양호한 운행능력 상태에 있도록 유지,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내용에는 주차공간의 제공, 자동차세 지급, 정기적인 세차 및 도색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에 손상이 생기면 수리 등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주차공간의 제공, 자동차세 지급, 정기적인 세차 및 도색의 제공의무는 우연한 사고의 발생을 조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다만 자동차에 손상이 생기면 수리 등을 제공하는 것에는 보험 요소가 있으나, 자동차의 손상에 의한 수리 등의 이 계약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주된 목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계약은 보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④ 규제필요성 기준
이것은 보험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성을 판단한다. 이에 의하면, 보험의 요소를 갖추었다고 해도 반드시 보험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보험규제의 이유를 고려해서 필요한 경우에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험을 규제하는 이유는 보험자가 부담하는 보험금지급채무의 가치와 그가 미래에 이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데, 정보부족 등의 약한 보험계약자가 그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자로부터 불공정한 취급을 받을 위험이 높고, 또한 보험이 공공성을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과 공공성이 충분히 나타나는 경우에는 보험규제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보험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West & Co. Of La., Inc v. Sykes에서 사업주가 피용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했을 때, 피용자가 제공받을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고 엄격한 보험계리가 적용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업주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져서 피용자의 입장에서는 지급한 수수료보다 받은 혜택이 더 많았다. 아칸소 주 대법원은 이 제도를 보험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GAF Corporation v. County School Board of Washington County에서 연방 항소법원이 보험 요소가 소량인 경우는 보험규제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iv) 결론
먼저 손해보상성 기준에 의하면, 용역제공계약의 당사자가 직접 제공하는 용역은 손해보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서 소요될 비용을 보상, 즉 손해를 보상하는 것과 그 실질이 같다고 보아야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손해보상성 기준을 채용한 대판 2014.5.29. 2013도10457은 이 점에서 의문이다. 다음, 통제범위 기준에 따르면, 물건의 하자와 관련하여 판매자(또는 제조자)가 수리 등의 용역제공을 하는 경우에는 보험성이 부인되는데, 판매자(또는 제조자)의 입장에서도 물건의 하자는 불확실한 사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대가를 받고 하자의 발생 시에 용역제공을 하는 경우 보험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한 주된 목적 기준은 용역제공 계약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보험성을 판단하는 것인데, 보험 요소가 주된 목적이 아니라 해서 언제나 보험업으로 규제하지 않는 것도 지나치다고 본다. 보험 요소가 부수적 목적이라고 해도 영업의 전체 규모가 큰 경우는 보험 요소가 상대적 비중은 작더라도 규제필요성의 관점에서 결코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필요성 기준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 보험급여가 용역으로 제공된다고 해도 보험업 요소는 존재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만 보험급여가 용역으로 제공되는 경우에 규제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보험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정당화될 것이다. 하지만 규제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험급여가 용역으로 제공될 사안은 아니지만 규제필요성 기준에 대해서 판시했던 나치지 1992.2.19. 91다3591이 참고할 가치가 있다. 이 판결은 “단체의 구성원들이 적합하여 단 일원의 위험을 가지고 보험의 원리에 따라 그 구성원들을 위하여 영위하는 공제사업이라 할지라도 그 사업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근거규정을 갖고 있다는 점, 공제사업의 수가 극히 한정되고 지역, 직역 등에 의한 인적 결합이 강하여 공적 감독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체가 구성원의 자치에 의하여 잘 운영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제사업의 목적이 단순히 소액의 부금금의 지불에 의한 동료의 원조에 있고 구성원 2차에게 공제금을 받을 권리까지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적 감독을 할 필요도 없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역시 보험업법상의 보험사업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기타
판례는 무엇이 보험업법상 보험업에 해당하는지는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판 1989.1.31. 87도2172에서, 보험업은 보험사업의 단체성, 사회성 등으로 인한 국가와 사회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그 사업에 대하여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감독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허가성의 규제를 위한 입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보험사의 법명이나 그 사업의 형태가 법률적 구성형식에 불과하여 그의 실질 내지 경제적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판례는 비영리적 단체나 구성원이 한정되어 있든지 여부는 보험업법상 보험업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고려요소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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