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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보험법, 보험의 정의 중 보험의 요소 ② ( 보험의 기술 )

by 모지랭이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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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법, 보험의 정의 중 보험의 요소 ② ( 보험의 기술 )
보험법, 보험의 정의 중 보험의 요소 ② ( 보험의 기술 )

 

3) 보험의 기술

 

 i ) 의의

 보험의 기술이 보험의 요소로서 논의되고 있는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위험의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이다.

 

① 위험의 분산
 위험의 분산은 다수의 위험을 모아서 위험단체를 구성한 후 대수의 법칙을 통해서 사전에 예상한 사고 발생률과 실제의 사고 발생률에 근접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영리추구 또는 상호부조가 목적인 보험자는 수지균등의 원칙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수지균등의 원칙은 보험자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균형을 맞춘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총수입은 보험자가 수령한 전체 보험료이다. 그리고 총지출은 보험자가 지급한 전체 보험급여액, 운영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영리추구를 하는 보험자라면 총지출에 일정한 이익을 포함시킬 것이다. 보험자의 경영 성패는 수지균등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입과 지출의 균등을 꾀한다는 의미에서 수지균등은 사경제 주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보험은 수지균등을 달성하기 위해서 독특한 기술을 사용한다. 이것이 위험의 분산이다. 위험의분산이란 위험을 정형화한 후 다수로 집적하는 것을 가리킨다. 위험의 정형화는 보험사고, 면책사유 등의 표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보험의 수지균등을 위해서 위험의 분산이 활용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사전에 예상한 사고발생률과 실제의 사고발생률을 근접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양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수지불균형은 피할 수 없다. 양자를 정확히 일치시키는 것은 신이 아닌 한 불가능하다. 양자를 최대한 근접시키기 위해서 보험이 택한 핵심적 기술이 위험의 분산인 것이다. 둘째로, 사전에 예상한 사고발생률과 실제의 사고발생률을 일치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위험의 분산이다. 즉 위험을 동질적인 것으로 정형화한 후 다수로 집적하여 위험단체를 구성하면, 대수의 법칙이 작용하게 된다. 대수의 법칙이란, 모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어떤 사건의 예상한 발생 확률과 실제의 발생확률은 근접하게 된다는 통계학의 이론이다. 이 원칙을 보험에 적용해 보면. 사람의 연령별 사망률 등 사고발생 확률을 관찰할 수 있는 모집단이 크면 클수록 예상한 사고발생률과 실제의 사고발생률이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위험을 다수로 집적하지 않고 개개의 위험만 놓고 본다면, 예상 사고발생률과 실제 사고발생률의 근접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하지만 위험을 다수로 집적시키면 대수의 법칙이 작용하여 양자의 근접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요컨대, 위험의 분산이라는 것은 위험의 동질성을 전제로 대수의 법칙이라는 통계적 기초 위에서 위험단체 내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보험의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위험단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에 의하면, 보험이란 동종의 위험하에 있는 다수의 경제주체들로 위험단체가 구성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②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는 각 위험을 측정하여 이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불량위험을 주로 인수하게 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보험자는 개별적 위험 각각에 대해서 그 위험의 정도를 측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부과한다. 사고발생률이 높은 고위험에 대해서는 고액의 보험료, 사고발생률이 낮은 저위험에 대해서는 저액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 문제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개별 위험과 계약조건의 일치 문제이다. 계약조건에는 보험료뿐만 아니라 면책사유 등도 포함된다. 여기서는 편의상 계약조건을 보험료라고 단순화한다.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는 급여, 반대급여 균등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가 이루어지면, 개별 보험계약자가 지급하는 급여와 보험자가 반대로 지급하는 급여가 일치하게 된다. 전술한 수지균등의 원칙은 전체 보험계약자가 지급하는 전체 급여와 보험자가 지급하는 전체 반대급여가 균등한 것을 카리키는 것으로 거시적 개념이다. 이와 달리 급여,반대급여 균등의 원칙은 개별 위험을 기준으로 추구하는 미시적 개념이다.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가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인가? 역선택의 방지이다. 만약 위험의 정도와 무관하게 보험료가 산정되면, 저위험자는 보험을 회피하고, 고위험자만 가입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저위험자가 보험 제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역선택은 보험 제도의 합리적 존립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요컨대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험의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ii ) 학설 및 판례 

 상법 638조는 보험의 기술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통설은 위험의 분산과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라는 보험의 기술들을 보험의 요소라고 해석한다. 대표적인 견해로, 보험이란 위험의 동질성을 전제로 한 통계적 기초 위에서 위험단체 내의 위험을 전가시키고 분산시키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주류적인 판례는 위험의 분산,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라는 보험기술을 보험 요소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판 1991.12.24. 90다카23899에서, 보험제도는 우연한 사고라고 할지라도 다수인을 대수적으로 관찰하면 일정한 기간 내에 발생하는 사고의 빈도는 평균적으로 일정하다는 대수의 법칙에 따라 통계적으로 사고의 개연율과 사고에 대비한 소요총액을 측정하여 각 구성원이 각자의 위험률에 따라 부담거출하는 보험료의 총액이 손해전보를 위하여 지급하는 보험금의 총액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여기에 언급된 '대수의 법칙'은 위험의 분산, 그리고 '각자의 위험률에 따라'는 개별 위험과 보험료의 일치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판례가 고도의 엄격한 보험기술을 갖추어야 보험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대판 1989.1.31. 87도217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상조회원의 자격에 관하여 사망률이 낮은 연령층을 제외한 점,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회원으로 가입케 하면서도 100일이 경과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조부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점, 상조회원으로 가입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조회비 출연의 기회가 많은 만큼 사망 시에 지급되는 상조부의 금액도 연차적으로 증가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보면, 급여와 반대급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수의 법칙을 응용한 확률계산의 방법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대수의 법칙 등이 적용되지 않아도 보험업이 될 수 있다고 한 판례도 일부 있다. 대판 1989.9.26. 88도2111에서, 원심이 대수의 법칙을 응용한 확률계산에 의하지 아니하는 등 보험의 특질이라 할 여러 요건을 지니지 아니하여 상조사업이 보험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 상조사업이 실질적으로 우연한 보험사고, 보험료, 보험급여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은 고유한 의미의 보험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보험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iii ) 결론

 많은 경우 보험업이 보험의 기술을 사용하여 영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보험자는 보험의 기술을 통해서 수지균등을 추구하고 역선택을 방지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위험의 분산이 보험의 요소라고 하는 통설 및 주류적 판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보험자가 인수하는 해당 위험이 대수의 법칙이 적용될 만한 다수에 이르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보험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보험의 역사적 발전과정이나 현재의 보험실무에도 맞지 않는다. 보험업이 대개 대수의 법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수의 법칙을 사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사용하지 않아도 수지균등을 이루는 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대수의 법칙을 통한 위험의 분산은 보험자가 수지균등을 달성하기 위한 유력하고 일반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보험을 법적으로 정의할 때 보험의 요소로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즉 대수의 법칙을 통한 위험의 분산이 보험의 일반적 특징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보험의 요소이고, 만약 이것이 결여되면 보험성이 부정된다고 할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판 1989.9.26. 88도2111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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