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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의 공동행위 개념

by 모지랭이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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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의 공동행위 개념
부당한 공동행위에 있어서의 공동행위 개념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효율성과 소비자 복지를 추구하지만, 이 경쟁이 왜곡되거나 제한될 경우 그 전제가 무너진다. 특히, 사업자 간의 담합을 통한 부당한 공동행위는 시장의 자율적 가격결정 기능을 마비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함으로써 중대한 경제적·사회적 폐해를 야기한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의 금지는 경쟁법의 가장 핵심적인 규제 영역이다. 그런데 실무상 및 이론상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과연 무엇을 ‘공동행위’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공동행위 개념의 해석이다.

본 글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법적 체계 및 개념적 기초를 살핀 후, 공동행위 개념의 구성요소와 요건, 관련 판례와 입법례를 통해 그 의미를 구체화하고자 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의 법적 체계

1. 공정거래법상 근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어 같은 조 제2항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 가격 공동결정
  • 생산량 제한
  • 거래처·지역 분할
  • 입찰 담합
  • 기타 경쟁 제한 행위

2. 구성요건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1. 사업자 간의 공동성 (공동행위)
  2. 경쟁제한성 (실질적인 경쟁 제한)
  3. 부당성 (정당화할 수 없는 목적과 수단)

이 중에서 ‘공동행위’의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이는 단순한 병행행위와 구별되며, 의사의 합치 또는 교차된 암묵적 협조가 있어야 한다.


공동행위 개념의 구조

1. 공동행위란 무엇인가?

‘공동행위’란 일반적으로 2인 이상의 사업자 사이의 일정한 의사연결 또는 협조를 통해 특정한 경제적 효과를 초래하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계약 등 명시적 형태뿐 아니라, 암묵적·비공식적인 의사합치도 포함한다. 예컨대, 가격을 공식적으로 협의하지 않더라도 상호 행위의 결과가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다면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2. 법률적 개념과 요건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복수의 사업자 존재
  • 행위의 공동성: 일치된 목적이나 방향
  • 합의 또는 공모
  • 외형상 독립적이나 실질적으로 연계된 행위

→ 여기서 핵심은 단순 병행행위와의 구별이다.


공동행위의 유형과 성립요건

1. 명시적 합의에 의한 공동행위

사업자들 간에 구체적인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로, 계약서나 회의록, 이메일 등의 문서로 증명될 수 있다.

예: 시멘트 회사들 간의 회의를 통해 가격을 동일하게 설정한 경우

→ 증거가 명확하므로 처벌이 용이함.

2. 묵시적 합의에 의한 공동행위

묵시적 공동행위는 명시적인 합의 없이 사업자들이 서로의 의사를 인식하면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향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 요건 (대법원 2012.6.14, 2009두20905):

  • 사업자 상호 간의 접촉 가능성
  • 병행행위가 시장 조건상 합리적 설명이 어려움
  • 정황상 경쟁 회피를 위한 의사연결이 존재

→ 간접 증거(행위의 일치, 시장 구조, 시기적 우연 등)로 판단


단순 병행행위와의 구별

1. 병행행위의 의미

경쟁사업자들이 서로 협의 없이 시장 조건에 따라 유사한 가격정책이나 마케팅 전략을 선택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 국제 유가 상승으로 모든 항공사가 동시에 요금 인상

→ 이는 ‘공동행위’가 아니라 합리적인 자율행위로 인정

2. 공동행위와의 구별 기준

구분공동행위병행행위
의사결정 상호 인식된 협의 존재 독립적 결정
증거 명시적·묵시적 합의 시장 조건의 유사성
경쟁제한성 실질적 제한 유발 일반적 대응 가능성
처벌 가능성 공정위 제재 대상 원칙적으로 불문
 

→ 따라서 공정위는 병행행위가 아닌 공동행위로 판단되기 위해서는 의사연결의 증거를 요구함


공동행위의 판단 기준: 실무상 적용

1. 판단 요소

공정위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 가격·조건의 동일성
  • 공정위 조사 시 혐의자들의 진술
  • 사업자 간 정보교환 여부
  • 사전 또는 사후의 의사소통 흔적
  • 업계 구조 (과점 여부, 장벽, 투명성)

2. 정보교환의 문제

사업자 간 가격·원가·계획 등 경쟁 민감 정보의 교환은 공동행위의 의사합치에 대한 정황 증거로 간주됨

→ 최근 유럽연합(EU) 및 미국 경쟁당국도 정보교환 행위를 공동행위의 간접 증거로 활용


판례와 사례 분석

1. 대법원 판례 (2007두8836)

  • 정유사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가격 인상 여부를 논의
  • 명시적 합의는 없었으나 묵시적 합의 인정
  • 공동행위 성립 및 과징금 부과 정당

2. 공정위 사례: 레미콘 업체 담합 사건

  • 지역별 레미콘 업체들이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
  • 회의록, 문자 메시지 등의 증거 확보
  • 공동행위 성립 → 과징금 + 형사고발

해외 경쟁법과 비교

1. 미국의 셔먼법

  • ‘합의(conspiracy)’가 핵심 요건
  •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 인정
  • 공정위보다 입증 책임이 엄격

2. EU 경쟁법

  • Article 101 TFEU에서 공동행위 금지
  • 'concerted practice' 개념 도입: 정보교환 및 암묵적 의사결합도 규제 대상

→ 한국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개념은 미국과 EU의 혼합형이라 평가됨


결론

‘공동행위’의 개념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규제의 전제조건으로서, 경쟁법 집행의 핵심적 요소다. 이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하므로, 실무상 사업자들은 경쟁 민감 정보를 교환하거나 행위의 방향을 일치시키는 상황에서도 담합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기반 산업의 발달로 사업자 간의 행위 패턴이 고도화되면서, 공동행위의 판단 기준도 보다 정교하고 기술 친화적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공정거래 당국과 법원은 자율적인 경쟁과 담합의 경계를 명확히 하면서도, 불필요한 규제로부터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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