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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과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

by 모지랭이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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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행위 해석의 원칙과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과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

I. 서론

민법에서 법률행위는 권리변동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며, 계약·증여·상속 등 실체법적 문제의 중심이 된다. 그런데 법률행위는 그 문언 자체가 모호하거나 당사자의 의도와 다르게 표현된 경우, 또는 표현된 의미가 여러 해석 가능성을 가질 경우가 많다. 이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법률행위의 해석 기준이다.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원칙은 당사자의 진의를 우선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문언 해석보다도 당사자가 무엇을 의도했는가, 즉 심리적 의사를 중시하는 민법의 해석 방식이다. 본 글에서는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 중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을 중심으로 관련 학설, 판례, 적용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II. 법률행위의 개념과 해석의 필요성

1. 법률행위의 의의

법률행위란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의 의사표시에 의해 성립되는 법률요건이다. 계약, 유언, 채무면제 등 대부분의 사적 법률관계는 법률행위에 의해 조정된다.

2. 해석의 필요성

법률행위는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표현되므로, 다음과 같은 경우 해석이 필요하다.

  • 문언이 모호하거나 중의적일 때
  • 문언과 당사자의 진의가 불일치할 때
  • 상황과 맥락에 따라 표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때

따라서 법률행위 해석은 단순한 문장 해석이 아니라 법적 효과 판단을 위한 통합적 해석행위라 할 수 있다.


III. 법률행위 해석의 일반원칙

1.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 (의사해석의 원칙)

민법은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문언해석보다 심리적 진의를 우선시하는 방식이다.

  • 관련 조문: 민법 제105조
  •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의 진의에 따라야 하며, 표시된 문언에 구애되지 아니한다.”
  • 취지: 사적 자치 원칙의 구현, 계약자유의 본질적 표현

2. 보충적 해석의 원칙

  • 당사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거래 관행·신의칙 등을 기준으로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충 해석
  • 민법 제106조 (준용규정)

3. 객관적 해석과 문언해석

  • 당사자의 의사를 객관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표시된 문언, 일반인의 해석 기준 등을 통해 판단
  • 특히 대외적 효과가 중요한 공시 행위(등기, 공시송달 등)는 문언의 명확성이 우선

IV. 당사자 의사 우선 원칙의 적용 구조

1. 주관적 해석 우선

  • 해석의 출발점은 당사자가 실제로 의도한 바(진의)임
  • 쌍방 간 합의된 진의가 문언과 다르더라도 진의에 따라 해석해야 함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37524
“계약 문언이 명백하더라도 당사자의 진의가 다르면 진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해석해야 한다.”

2. 객관적 보충 단계

  • 진의를 파악할 수 없거나 의사 불일치가 있는 경우, 일반인 관점에서 해석
  • 거래 관행, 계약 체결 경위, 이전 당사자 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3. 혼합적 해석

  • 진의와 문언이 모호하게 결합된 경우,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보충 해석을 종합하여 판단

V. 관련 학설과 해석 방법론

1. 의사주의 vs 표시주의

구분 의사주의 표시주의

중시 요소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 외부에 표시된 문언
장점 진정한 합의 존중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높음
단점 증명 어려움, 분쟁 소지 있음 형식논리에 치우쳐 부당한 결과 가능
  • 우리 민법은 기본적으로 의사주의 채택, 다만 공시성과 거래안정성이 중시되는 영역에서는 표시주의 가미

2. 해석 방법론

  • 문언해석: 조문 및 계약서 표현 그대로 해석
  • 체계적 해석: 문언을 계약 전체나 관련 조항과 함께 종합 해석
  • 목적론적 해석: 당사자의 목적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
  • 논리적 해석: 유추, 반대해석, 확대해석 등을 통한 의미 보완

VI. 판례의 태도와 사례

1. 판례 경향

  • 대체로 당사자 진의 우선 입장
  • 계약 해석은 사실심의 전권 사항으로 보며, 법원이 계약의 문언뿐 아니라 체결 경위, 이행 경과, 거래관행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함

2. 주요 판례 사례

(1) 명의신탁 사례

📌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다23010
“명의신탁 약정의 경우 그 약정 문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진의가 인정되면 명의신탁관계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2) 합의 해제의 진의 불일치 사례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3다67309
“합의해제 의사표시 문언은 ‘합의에 따른 해제’였으나, 실질은 일방적 철회에 가까운 경우 진의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

(3) 채무면제 문언 해석

📌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77701
“채무면제서에 기재된 문언이 포괄적일지라도, 특정 채무에 대한 면제의 진의가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


VII. 의사 우선 원칙의 한계와 조화

1. 제3자 보호 문제

  • 의사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거래의 명확성, 제3자의 신뢰 보호가 침해될 수 있음
  • 대표적으로 등기, 공시, 유언 등은 표시주의가 보완적으로 적용되어야 함

2. 입증 책임 문제

  • 진의는 당사자만이 알고 있으므로, 소송상 진의 주장자는 그 입증 책임을 부담하게 됨

3. 혼동과 남용 가능성

  • 해석상 당사자 진의에 과도하게 기울 경우, 형식적 문서 체계의 신뢰성 훼손 우려
  •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사이의 조율 필요

VIII. 결론

법률행위 해석에 있어 당사자의 진의를 우선한다는 원칙은 민법이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근간으로 삼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진의는 쉽게 드러나지 않거나, 표현된 문언과 괴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객관적 요소와의 균형적 해석이 필요하다.

결국 법률행위 해석은 당사자 진의, 문언, 체결 경위,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하며, 판례도 이러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정교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민사법 해석에 있어 ‘의사 우선 원칙’은 중심축이 될 것이며, 이를 둘러싼 객관화 기준과 증명 책임 문제에 대한 법리적 정리가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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