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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정범·공범이론에서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

by 모지랭이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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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공범이론에서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
정범·공범이론에서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

I. 서론

형법상 공동범죄는 두 명 이상의 행위자가 일정한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한 경우 문제된다. 이때 각자의 행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누구를 ‘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단순한 공동가공관계가 있다고 하여 모두 정범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며, 일정한 판단기준에 따라 정범과 공범의 구별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별을 위해 독일 형법학에서는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을 제시하였고, 이는 현재 우리나라 학계와 실무에서도 공범 판단 기준으로서 유력하게 원용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의 개념과 구조, 전통적 정범이론과의 차이, 주요 판례와 비판적 시각을 중심으로 이 이론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II. 정범과 공범의 기본개념

1. 정범

정범이란 범죄의 실현에 있어 자기 이름으로 범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자를 말한다. 구성요건 해당 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자수정범), 다른 자를 수단으로 이용한 간접정범, 공동정범 등이 포함된다.

2. 공범

공범은 정범의 실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보통 방조자 또는 교사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범죄 실현의 주체는 아니지만, 범죄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한 자이다.

3. 공동정범의 법적 근거

  • 형법 제30조: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모두 정범으로 처벌한다.”

III.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의 개념

1. 의의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은 공동정범의 정범성을 판단함에 있어 실행행위 전체에 대한 기능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삼는 이론이다. 독일의 형법학자 로신이 주창한 이 이론은 전통적인 실행분담설을 보완하며, 범죄 전체에 대한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자를 정범으로 평가한다.

2. 기능적 지배력의 의미

여기서 ‘기능적 행위지배’란, 단순히 실행행위에 직접 참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범죄 실행 계획·결정 및 수행 전반에 대한 주도적 역할과 결정권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행동 수준의 공모가 아니라, 범죄 전체의 조직과 실현에 대한 핵심적 통제력을 말한다.


IV.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의 구조

1. 공동정범 성립요건과 연계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은 공동정범 성립 요건(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을 다음과 같이 파악한다.

  • 객관적 요건: 공동의 범죄계획 + 실행행위의 분담 + 기능적 행위지배
  • 주관적 요건: 공동가공의사(공동의 고의)

2. 정범성 판단 요소

판단 요소 설명

범죄의 계획 참여 범죄 구상 단계에서 핵심적 역할 수행 여부
실행행위의 통제력 실행 과정에 대한 실질적 지시·조정 여부
범죄결과에의 영향력 범죄 성공 여부에 결정적 영향 가능성
대체 가능성 다른 공범이 아닌 바로 그 자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는가

이러한 기준을 통해 단순 분업적 참여와는 구별되는 실질적 정범성이 인정된다.


V. 전통적 정범이론과의 비교

1. 실행지배설(구독일설)

  • 실행행위의 직접 실현 여부에 중점
  • 문제점: 배후조정자, 조직범죄에서의 기획자는 정범성이 부정됨

2. 실행분담설

  • 공동으로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는지 여부를 중시
  • 문제점: 실질적 통제력이 없는 자도 형식적으로 정범이 될 수 있음

3.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의 우위

  • 범죄 전체의 실현을 통제한 자에게만 정범성을 부여
  • 형식적 분담 또는 물리적 실행과 무관하게 범죄조직의 실질적 통제력을 중시

VI.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의 적용례 및 판례

1. 판례의 수용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도12535
“공동정범 성립 여부는 범행의 계획, 실행 및 범행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도10300
“공범 중 주도적 역할을 하여 범죄의 실행과 성공 여부에 지배적 영향을 미친 경우, 직접 행위하지 않았더라도 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

2. 적용 사례

  • 범죄 조직의 총책: 직접 실행은 없으나 범행 기획, 배분, 지시를 통해 통제 → 정범 인정
  • 사이버 범죄의 개발자: 실질적 실행은 없음, 기술적 중심과 전체 구조 설계 → 정범 가능
  • 단순한 조언자나 도운 자: 통제력 없음,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평가

VII. 비판과 한계

1. 지나친 형벌 확장 우려

  • 범죄의 실질적 실행 없이도 정범 인정 가능
  • 특히 정치적 사건, 대규모 조직범죄에서 ‘총책’에 대한 과잉 처벌 우려

2. 판단기준의 모호성

  • “기능적 지배력”의 객관적 기준이 불명확
  • 수사기관 또는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 소지

3. 공범이론의 체계 혼란

  • 기존의 교사·방조 개념과의 경계가 모호해짐
  • 교사범이 정범으로 흡수되는 구조

VIII. 결론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은 현대의 복잡한 범죄 구조, 특히 조직범죄·경제범죄·지능범죄 등에서 실질적 책임자를 정범으로 평가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단순한 실행 분담에 의한 형식적 공동정범 개념을 탈피하고, 범죄 전반에 대한 실질적 통제력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그 판단기준의 객관화와 형벌책임 범위의 합리적 설정이 필요하며, 나아가 교사·방조와의 체계적 정합성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기능적 행위지배 이론은 공범이론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하였으나, 형사정책적 균형을 전제로 수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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