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행정청은 국민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정처분을 행한다. 이러한 처분은 법령의 명문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행정청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자의 경우, 행정청에게는 일정한 범위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재량의 범위는 무제한적이지 않으며, 자의적인 행정을 방지하기 위해 처분 기준의 설정과 재량권 통제가 요구된다. 특히 행정처분이 재량행위인지, 기속행위인지를 구분하는 문제는 행정행위의 통제가능성과 행정소송에서의 사법심사의 범위를 결정짓는 핵심적 기준이 된다.
본 글에서는 행정처분의 기준 설정 의의,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별 기준, 재량권의 한계와 통제 방식, 관련 판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II.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개념과 구별
1. 기속행위란?
기속행위란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하도록 의무화된 행위이다. 이 경우 행정청은 재량의 여지 없이, 단지 사실 판단과 법 적용만을 하게 된다.
예: 요건을 충족한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건축허가요건 완비 시 허가처분
2. 재량행위란?
재량행위란 법령이 행정청에게 일정한 판단의 여지를 부여하여, 사실 판단과 함께 그에 따른 가장 적절한 조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는 행정목적 실현에 적합한 수단을 행정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예: 경고 또는 영업정지 여부, 운전면허 취소 여부 등
3. 구별 기준
법령문구 | “하여야 한다”, “발급한다” 등 | “할 수 있다”, “적절하다”, “필요한 경우” 등 |
판단 여지 | 없음 | 있음 |
처분 의무 | 요건 충족 시 반드시 처분 | 처분 여부, 내용 선택 가능 |
사법심사 | 위법 여부 전면 심사 | 일탈·남용 여부만 심사 (제한적 심사) |
※ 단, 문구가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도 기속행위일 수 있고, 반대로 “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있어도 재량행위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음 → 실질적 분석 필요
III. 처분 기준의 설정
1. 의의와 기능
처분 기준이란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함에 있어 일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설정한 판단 기준이다. 이는 법령에 의한 설정일 수도 있고, 행정청 내부의 고시·훈령이나 재량준칙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기능
- 예측가능성 보장: 국민은 어떤 처분이 예상되는지를 알 수 있음
- 평등원칙 실현: 유사한 사건에 동일한 처분 적용
- 자의행정 방지: 일관성 있게 재량 행사 가능
- 사법심사의 기준 제공: 기준이 존재하면 법원이 그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
2. 법적 성격
- 대부분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 구속력 없음
- 그러나 자기구속의 원칙에 의해 일정한 경우 법적 효과를 가짐
IV. 재량권의 한계와 통제
1. 재량권의 한계
재량권은 자의적 권한이 아니며, 다음과 같은 법적 한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법률상 한계 | 법령의 목적과 내용에 어긋나지 않아야 함 |
목적상 한계 | 재량권의 행사는 오직 행정 목적 실현을 위해서만 가능 |
수단상 한계 |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함 |
절차상 한계 | 사전통지, 의견청취 등 절차적 요건 충족 |
평등원칙 | 유사한 사안에 자의적 차별 금지 |
2. 재량권의 일탈·남용과 사법심사
행정소송법 제27조
“재량행위도 그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는 위법한 처분으로 본다.”
일탈이란?
- 목적 외 재량 행사
- 법률이 허용한 목적을 벗어난 처분
남용이란?
-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처분
- 현저히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을 벗어난 경우
심사기준
- 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위법 여부만 심사하며, 처분의 적정성 자체는 판단하지 않음
- 다만 명백한 재량권 남용 또는 비례성 위반 시 처분 취소 가능
대법원 1993.11.12. 92누2426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경우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
V. 재량준칙과 자기구속의 원칙
1. 재량준칙이란?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일관되게 행사하기 위해 내부 기준으로 설정한 지침. 예컨대 “영업정지는 위반 횟수에 따라 1회 경고, 2회 1개월 정지, 3회 취소” 등.
-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의 예측가능성 보장
- 일반적으로 행정규칙에 불과하지만, 반복 적용되면 자기구속력 인정 가능
2. 자기구속의 원칙
“행정청이 일정한 재량준칙을 반복적으로 적용해 신뢰를 형성한 경우, 그 준칙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불합리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
-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 보호가 근거
- 위반 시 재량권 남용으로 평가
판례
대법원 2001.1.30. 2000두8100
“재량준칙에 따른 관행적 처분을 일탈하면 자기구속원칙 위반으로 위법”
VI.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예시 및 구별 사례
운전면허 정지처분 | 재량행위 | 위반 사안의 경중 따라 경고 가능 |
건축허가 요건 완비 | 기속행위 | 요건 충족 시 반드시 허가해야 함 |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거부 | 재량행위 | 국가 안보, 공익 등 고려 |
주민등록표 열람신청 | 기속행위 | 요건 불비 시 불수리 가능 |
※ 최근에는 개별 법령이 재량 여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경향이 증가
VII. 처분 기준 미설정 또는 위반의 효과
1. 미설정의 위법성
- 법령이 처분 기준 설정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 행정청의 처분은 위법
-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 침해
대법원 2006.12.22. 2004두10088
“법령상 처분기준 마련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없거나 명백히 불명확한 경우, 그 처분은 위법”
2. 처분 기준의 위반
- 이미 설정된 기준을 자의적으로 벗어나거나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은 경우, 재량권 남용으로 평가
- 특히 수익적 행정처분에서 기준 미준수 시 취소 가능성 높음
VIII. 결론
행정청에게 재량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이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한계 내에서 공정하고 일관되게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다. 이를 위해 행정청은 처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판단을 해야 한다.
아울러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별은 행정소송에서 사법심사의 범위와 국민의 권리 구제 가능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법원은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판단을 통해 행정권의 남용을 방지해야 하며, 행정청은 자의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재량 준칙의 일관된 적용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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