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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법과 권력: 미셸 푸코의 통제장치로서의 법 이해

by 모지랭이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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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권력: 미셸 푸코의 통제장치로서의 법 이해
법과 권력: 미셸 푸코의 통제장치로서의 법 이해

― 규율사회·사법통제·신체권력 개념을 중심으로


I. 서론

전통적으로 법은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미셸 푸코는 이러한 법 개념을 급진적으로 전환시키며, 법을 권력의 발현이자 통제장치로 해석했다. 푸코에게 법은 더 이상 단지 중립적·형식적 규범체계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내재한 권력의 미시적 구조가 작동하는 통로다.

푸코는 특히 ‘신체권력’, ‘규율사회’, ‘사법통제’라는 개념을 통해 법과 권력, 인간의 통제와 자율성 사이의 관계를 날카롭게 해부하였다.

본 글에서는 푸코의 권력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서 법이 수행하는 통제 기능을 재조명하고, 규율·감시·통제의 법적 기제를 분석함으로써 법의 정치성과 사회적 작동방식을 조망하고자 한다.


II. 푸코의 권력 개념: 전통적 이해의 전복

1. 권력은 억압이 아닌 생산

푸코 이전의 권력 개념은 ‘억압적이고 중앙집중적인 통치 권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푸코는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권력은 단지 금지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주체성·행위를 생산한다.
  • 권력은 관계적이며, 하방으로 작동하며, 사방으로 확산된다.
  • 법은 이 권력이 제도화되고 공식화된 형식 중 하나다.

“권력은 어디에나 있다. 왜냐하면 권력은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 푸코

2. 권력의 미시정치

푸코는 권력을 고전적 정치 권력이나 국가 권력에만 한정하지 않고, 학교, 병원, 감옥, 군대 등 일상적 공간과 제도 속에 퍼져 있는 미시적 기제로 파악하였다. 법 또한 그 한 형태로 작동한다.


III. 규율사회와 법: 규칙은 어떻게 신체를 통제하는가

1. 규율사회의 개념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근대 사회의 특징을 ‘규율’을 통한 통제로 설명하였다. 이는 물리적 처벌이 아닌, 신체와 행동을 내면화된 규칙을 통해 조직화하는 방식이다.

  • 감옥은 죄인을 처벌하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을 교정하고 규격화하는 공간
  • 학교는 교육을 통해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행동 양식과 시선의 규범을 내면화시키는 곳
  • 법은 이러한 규율 기제를 제도화하고 강제하는 장치

2. 규율의 법적 제도화

법은 규율사회의 질서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강화한다.

  • 형법: 단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닌, 비정상성의 분류와 통제
  • 행정법: 거주·이동·취업의 조건을 정함으로써 ‘합법적 존재’의 틀을 제공
  • 노동법: 시간·근태·행위에 대한 규율을 제도화

“법은 규율이 퍼지는 통로다. 법은 감시의 범위를 제도화하고, 벌칙을 정상화한다.”


IV. 신체권력과 생명정치: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통치

1. 신체권력의 개념

푸코는 근대 사회의 핵심 권력은 더 이상 죽이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관리하고 증식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즉, 권력은 ‘살게 하되 관리하는 권력’으로 변형된다.

  • 신체권력은 개인의 육체적 활동, 건강, 위생 등을 규율함
  • 생명정치는 인구 전체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전략

예: 백신접종 의무화, 마스크 착용 명령, 건강검진 의무제도 등은 모두 신체권력의 형태

2. 법과 생명정치의 접점

  • 공중보건법: 생명 보호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 제한
  • 노동보건규정: 작업시간, 안전, 피로도 통제를 통한 효율적 생산 유지
  • 출입국관리법: 인구의 이동을 통제하고 특정 인구군을 분리·관리

이러한 법은 인간을 ‘관리 가능한 객체’로 변환시키는 권력의 실현 방식이다.


V. 사법통제와 법의 정치성

1. 법은 정치적이다

푸코는 “법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단언한다. 법은 권력관계의 정당화 장치이자, 사회적 배제의 기제로 기능한다.

  • 형벌의 정치성: 누가 어떤 방식으로 처벌당하는가?
  • 행정법의 배제기능: 어떤 신분에게 어떤 자격이 주어지는가?

예: 불법체류자, 정신질환자,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배제는 ‘정상성’이라는 권력 기준의 반영

2. 법은 ‘주체’를 생산한다

푸코에 따르면 법은 단지 규범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을 통해 ‘합법적 시민’, ‘정상적 인간’, ‘건전한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구성한다.

즉, 법은 규칙을 강제하는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그 규범에 맞추도록 훈련시키는 장치이다.


VI. 푸코의 법 이해에 대한 비판과 의의

1. 비판적 평가

  • 푸코는 법을 지나치게 통제와 억압의 도구로만 해석하였다는 비판이 있다.
  • 법의 권리보호 기능이나 민주적 해방 기제로서의 가능성은 간과되었다는 지적
  • 규율과 권력의 미시성에 집중한 나머지 법의 형식적 제도성에 대한 분석이 부족

2. 현대적 의의

  • 팬데믹, 감시자본주의, 전자감시 등 ‘법과 권력의 비가시적 작동’이 강화된 현대 사회에서 푸코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
  • 법의 작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감시·자기통제·행위 규율의 프리즘 제공
  • 인권의 보편성뿐 아니라, 정상성 기준의 정치성을 문제제기함

VII. 결론

미셸 푸코는 법을 자유와 정의의 보루로 보는 낙관적 관점을 거부하고, 그것을 권력의 통제 장치로 재정의하였다. 그의 이론은 법이 권력을 정당화하고 개인을 규율하는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비판적 사유의 장을 열어주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법이 어디까지 통제하며, 누구를 배제하고, 어떤 존재를 구성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푸코는 우리에게 법의 이면, 즉 법의 침묵과 권력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사각지대의 정치학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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