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회사의 존립과 그 제한
회사는 일정한 법률요건을 갖추어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법인격을 취득하는 법인이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설립요건을 완비했다고 해서 반드시 적법하게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설립이 중대한 하자를 지닌 경우에는 설립무효가 인정되며, 설립 자체는 적법하더라도 그 후 일정 사유가 발생하면 회사의 해산사유에 해당하여 법인격이 소멸하는 절차로 이행하게 된다.
상법은 회사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공공질서나 이해관계인 보호를 위해 설립무효와 해산제도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상법상 주식회사에서 두 제도의 요건과 절차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II. 회사 설립의 효력과 설립무효
1. 회사 설립의 일반 원칙
상법 제170조는 “회사는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설립등기를 마치면 그 즉시 법인격을 취득하며, 그 이후부터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설립은 일단 효력이 발생하면, 외부와의 거래에서 거래안정성 보호를 위해 설립의 하자를 쉽게 문제 삼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상법은 설립의 중대한 하자만이 존재할 경우에만 설립무효의 소를 허용하고 있다.
2. 설립무효의 개념
설립무효란, 회사의 설립절차나 실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 회사의 설립을 소급적으로 부인하는 제도이다. 단순한 하자나 절차상의 흠결로는 설립무효가 인정되지 않으며, 그 요건은 상법 제849조에서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주식회사 기준).
설립무효가 확정되면, 회사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해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법률효과를 가진다.
3. 설립무효의 사유
상법 제849조는 주식회사에 한정하여 설립무효 사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 설립시에 필요한 사항 중 법령에 위반된 사항이 있을 때
- 발기인이 1인도 없는 경우
- 정관의 절대적 기재사항이 누락된 경우
- 발기인의 총수가 1인에 불과한 경우 등
설립무효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서만 인정되며, 이는 회사의 공시적 효력을 고려한 결과이다.
4. 설립무효의 소 제기
- 제소권자: 이해관계인, 검사
- 관할법원: 본점 소재지의 지방법원
- 제소기간: 법정 기간 없음 (해산과 달리 제소기간 제한 없음)
5. 설립무효 판결의 효과
- 회사는 소급적으로 무효가 됨
- 그러나 존속 중의 행위는 유효
- 법원은 무효 판결 시 청산절차 개시 명령을 병합하여야 하며(상법 제850조), 이해관계인 보호를 위한 실질적 청산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12944 판결: 설립무효가 확정되더라도 회사가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함.
III. 회사의 해산사유
1. 해산의 의의
해산은 회사가 법인격을 소멸시키기 위한 절차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면 회사는 법인격을 유지하되, 청산절차를 거쳐 법률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해산은 설립무효처럼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향하여 소멸한다는 점에서 설립무효와 구별된다.
2. 해산사유의 종류
상법은 회사의 종류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유를 해산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517조, 제518조 등)
(1) 정관에 의한 해산
정관에서 정한 기간의 만료, 목적 달성 또는 목적 달성의 불가능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예: “이 회사는 2030년까지 존속한다”고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경우
(2) 총회의 결의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하여 해산을 결정할 수 있다(상법 제518조 제1호). 이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자율적 해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3) 합병으로 인한 해산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소멸회사로 되는 경우, 해산된 것으로 본다. 단, 합병에 따라 신설회사가 설립되거나 존속회사가 존재하게 되며, 소멸회사는 해산된다.
(4) 파산선고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당연히 해산된다(상법 제518조 제5호). 이는 법률상 강제적 해산사유이다.
(5) 법원의 해산판결
회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중대하게 하거나, 공익을 해치는 경우, 검사 또는 이해관계인의 청구로 법원이 해산을 명할 수 있다(상법 제520조).
▶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6다29491 판결: “회사 해산판결은 고도의 공익적 고려와 회사 존재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
(6) 기타 법률에 따른 해산
기타 세법,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 법률 등에서 별도로 해산을 규정한 경우 해당된다.
IV. 설립무효와 해산의 비교
법적 성격 | 성립 자체가 무효로 확정 | 성립은 유효, 존속이 종료됨 |
소급효 여부 | 있음 | 없음 (장래효) |
절차 개시 | 법원의 확정판결 필요 | 일정 사유 발생 또는 총회결의 |
법률효과 | 회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봄 | 회사는 청산절차를 거쳐 종료 |
법률행위의 효력 | 원칙적으로 유효 | 청산절차에서 유효하게 정리됨 |
V. 회사 해산 이후의 절차: 청산
해산이 되었다고 해서 회사가 곧바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해산 이후 회사는 자동적으로 청산회사로 전환되며, 청산절차를 거쳐 법적 지위를 정리한다.
1. 청산인의 선임
회사가 해산되면 원칙적으로 이사가 청산인이 되나, 정관 또는 총회결의로 별도로 정할 수도 있다(상법 제526조).
2. 청산절차
- 채권신고 공고
- 재산처분
- 채무변제
- 남은 재산 분배
청산절차가 완료되면 청산종결등기를 하며, 이로써 법인격이 완전히 소멸한다.
VI. 결론
회사의 설립무효와 해산은 회사 존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제도이다. 설립무효는 회사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은 경우를 대상으로 하며, 법원의 판결로만 확정된다. 반면 해산은 일정 사유의 발생으로 회사의 존속을 종료시키는 절차이며, 그 이후 청산절차를 거쳐 소멸에 이른다.
두 제도는 회사법에서 예외적이지만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부실하거나 위법한 회사의 제거를 가능하게 하며, 이해관계인의 권리보호와 거래질서 유지라는 목적을 함께 달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법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가와 제3자 소송고지 제도 (0) | 2025.05.11 |
---|---|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의 요건 (0) | 2025.05.11 |
이사·대표이사의 권한과 책임 (0) | 2025.05.11 |
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 및 하자 (0) | 2025.05.11 |
주식의 양도제한과 회사의 동의권 (0) | 2025.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