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자이자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이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대표적인 절차가 바로 헌법소원심판이다. 이 중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자가 제기하는 직접적 구제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본 글에서는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의 개념, 심판 요건, 예외적 허용, 관련 판례, 그리고 실무상 쟁점 등을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2. 헌법소원심판의 개념 및 유형
2.1 헌법소원의 개념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절차이다. 즉, 입법·행정·사법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권리가 침해된 경우, 국민은 헌법재판소에 이를 다툴 수 있다.
2.2 헌법소원의 유형
헌법재판소법상 헌법소원은 두 가지로 나뉜다:
- 제68조 제1항: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에 대한 일반적 헌법소원
- 제68조 제2항: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된 경우 제기하는 헌법소원
본 글은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을 중심으로 다룬다.
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내용
이 조항은 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공권력의 행사(작위) 또는 불행사(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닌, 기본권 침해 자체에 대한 직접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이다.
4.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의 요건
4.1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1) 공권력의 개념
공권력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기관의 권력적 작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입법·행정·사법의 행위가 포함되며,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 행정청의 처분: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
- 입법행위: 행정입법, 명령 등
- 사법작용: 법원의 재판 (단, 일부 예외에서만 가능)
- 부작위: 국가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2) 사법부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제외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헌재법 제68조 제1항 단서). 단, 예외적으로 ‘재판이 아닌 법원의 공권력 행사’나 ‘재판을 가장한 행정처분’ 등은 대상이 될 수 있다.
4.2 기본권 침해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현재적인 침해여야 한다.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불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요건:
-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일 것
- 직접적 침해: 다른 조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침해되어야 함
- 현재적 침해: 미래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
- 자신에게 미친 영향: 제3자에게 미친 효과로는 부족
4.3 자기관련성
청구인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제3자나 추상적 공익을 위해 제기하는 헌법소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4.4 권리보호이익
청구 당시에도 권리구제가 실효성 있게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이미 사망하거나 처분이 완전히 종료되었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등에는 권리보호이익이 부정될 수 있다.
4.5 보충성 원칙
헌법소원은 보충적 권리구제 수단으로 인정된다. 즉, 다른 일반적인 구제절차(행정소송, 민사소송 등)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먼저 거쳐야 한다.
예외:
- 다른 구제절차로는 실효적 구제 불가
- 시간상, 비용상 과도한 부담이 있는 경우
- 법령이 구제수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4.6 청구기간
헌법소원은 해당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늦어도 행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헌재법 제69조).
5. 예외적 허용: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예외가 존재한다:
5.1 재판 아닌 법원의 행위
- 압수수색 집행행위
- 보석 불허 결정
- 판결 외의 결정 중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5.2 위헌 법령에 근거한 재판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된 후, 그 법률에 따른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되면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으로 우회 가능하다고 본다.
6. 관련 판례
6.1 서울고등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2002.1.31. 2000헌마25)
청구인이 영장 발부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 헌재는 ‘영장 발부는 재판에 해당하여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6.2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 미공고 사건 (2008헌마613)
법무부장관이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을 미공고한 사건. 헌재는 이는 행정작용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
6.3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017헌바127)
청구인은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제6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
7. 실무상 쟁점과 과제
7.1 보충성 원칙의 해석 문제
기존 소송절차가 존재해도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선고된 징계처분이 이미 종료되었는데 이를 다투기 위한 소송의 이익이 없는 경우, 헌법소원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7.2 자기관련성과 단체 청구 문제
단체(법인, 시민단체 등)는 구성원의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공익 관련 사건은 자기관련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7.3 제3자적 침해와 간접 침해 문제
본인의 권리가 아닌 타인의 권리 침해에 대한 간접적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 헌재는 대부분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보지만,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에 따라 예외 인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8. 결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은 국민이 국가 권력에 맞서 기본권을 수호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다. 그러나 다양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특히 보충성, 자기관련성,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등의 요건을 까다롭게 해석함으로써 실효적 구제에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헌재의 유연한 판단과 함께 헌법소원제도의 실질적 보완과 국민의 권리 보호 기능 강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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