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의 통치체계를 구성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고 규범이며,
그 헌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은 다른 모든 법적 권력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헌법제정권력이라고 한다.
헌법제정권력은 단지 헌법을 작성하는 기술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가 스스로의 정치 질서와 정체성을 설정하는 궁극적이고 초법적인 권력이다.
현대 헌정주의에서 헌법의 정당성과 정체성 논의는 바로 이 헌법제정권력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 글에서는 헌법제정권력의 개념, 성격, 유형, 헌법개정권력과의 구별, 역사적 사례, 대한민국에서의 실제 적용 등을 포괄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헌법제정권력의 개념
1. 정의
헌법제정권력은 헌법을 창조하거나 새롭게 수립할 수 있는 근본적 권한을 말한다.
이는 기존 법질서나 권력구조로부터 독립적으로 행사되는 권력으로, 다른 모든 법과 권력의 정당성 근거가 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제기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선언에서 헌법제정권력은
국민 주권의 표현으로서 가장 높은 법적·정치적 권위로 간주되었다.
2. 성격
- 초헌법성: 헌법제정권력은 기존 헌법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 수 있는 권력이다.
- 독립성: 기존 정치 권력이나 입법 기관에 의해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가진다.
- 최고성: 모든 국가 권력의 기초로 작용하며, 입헌질서의 시작점이다.
- 일회성 또는 잠재성: 실제로 자주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혁명적 상황 또는 국가 건설 시 발동된다.
헌법제정권력과 헌법개정권력의 구별
1. 헌법개정권력이란?
- 기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제한된 권력
- 헌법 자체 내에서 작동하는 권력으로서 헌법제정권력의 하위 권한
2. 구별 기준
성격 | 원초적, 초헌법적 | 파생적, 헌법 내적 |
발생 시점 | 국가 창설, 혁명, 체제 전환 등 | 헌법의 안정적 변경 필요 시 |
제한 여부 | 제한 없음 | 헌법 규정에 따라 제한됨 |
주체 | 국민, 주권자 집단 | 입법부 또는 헌법기관 |
예시 | 제헌헌법 제정, 독립국가 수립 시 | 헌법 조항 일부 개정 (1987년 등) |
헌법제정권력의 유형
1. 제헌의회형
- 국민이 선출한 제헌의회가 헌법을 제정
- 대표적인 고전적 모델로, 프랑스 대혁명 당시 국민의회가 주도
- 대한민국도 1948년 제헌헌법 당시 국회가 제헌권력을 행사
2. 국민투표형
- 국민 전체가 직접 투표로 헌법안을 확정
-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강하며, 국민주권 이념을 뚜렷하게 반영
- 스위스, 프랑스 제5공화국, 일부 남미국가 등에서 채택
3. 혼합형
- 제헌의회 또는 헌법기초위원회가 헌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민투표로 확정
- 대표 예: 독일 기본법(1949) → 연방의회 제정 → 국민적 승인
4. 사실상 권력형
- 쿠데타, 혁명, 군사정권 등 비정상적 권력 행사에 의해 헌법이 창설
- 대표 예: 1961년, 1980년 군사 정권에 의한 헌법 제정
헌법제정권력의 주체: 누구에게 있는가?
1. 국민(국민주권론)
- 현대 헌정주의는 헌법제정권력의 주체를 국민으로 본다.
- 이는 국민이 헌법을 만드는 궁극적 권한을 가진 주체라는 의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과 일치한다.
2. 제도적 주체와 실제 권력
- 실제 제정은 제헌의회, 국가원수, 헌법기초기구, 헌법재판소 등이 주도
- 그러나 정당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함
대한민국 헌법사에서의 헌법제정권력
1. 1948년 제헌헌법
- 헌법제정권력의 최초 행사
- 미군정 이후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헌국회가 대한민국 최초 헌법을 제정
- 국민이 헌법제정권력의 원천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
2. 1962년 제5차 개헌 (군사정변 후 제정헌법)
-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헌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헌법 제정
- 사실상 권력형 제정권력 행사
- 정통성에 대한 비판이 많았으며, 이후 국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 시도
3. 1987년 6월 항쟁과 현행 헌법
- 국민의 대규모 민주화 요구에 따라 헌법 전면 개정(제9차 개헌)
- 비록 절차상 개헌이었지만, 내용상은 헌법제정권력적 성격을 가진 역사적 사건
현대적 쟁점: 헌법제정권력은 여전히 유효한가?
1. 헌법의 안정성과 헌법제정권력의 긴장
- 헌법제정권력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를 부정하므로,
헌정 안정성과 충돌할 수 있다.
2. 국민의 헌법제정권력 행사 가능성
- 헌법 개정이나 새로운 헌법 수립을 위한 국민의 요구는
정치적 운동과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
3. 헌법재판소의 견제 기능
-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통해 사후적 통제 기능을 수행하지만,
헌법제정 자체에 대한 통제 권한은 없다.
결론
헌법제정권력은 국가의 출발점이자 모든 권력의 근원이다.
국민이 스스로의 헌법을 만들 권한, 즉 헌정질서를 창조할 수 있는 궁극적 권한은
정치의 정당성 논의에서 가장 본질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헌법제정권력은 제헌국회, 군정 이후 정권,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현행 헌법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국민이 주체가 되는 헌정질서 수립의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헌법제정권력은 단지 혁명적 상황에서만 등장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헌법을 이해하고, 참여하며, 지켜가는 과정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주권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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